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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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으로 토끼의 해다. 토끼는 십이지(十二支) 중에 4번째에 해당하는 동물로 장수와 지혜를 상징한다. 또 다정한 토끼 한 쌍을 그린 것을 쌍토도(雙兎圖)라고 하는데 부부애와 다산, 화목한 가정을 상징한다.
옛사람들은 달을 보며 방아를 찧는 토끼가 달의 정령이자 무병장수(無病長壽)와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의미로 여겼다. 이는 토끼가 천년을 산다고 하는 기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끼는 어떻게 천년을 살아갈까?
우리 땅에 서식하던 토끼는 본래 멧토끼로 회색과 갈색 털을 가졌다. 흔히 떠올리는 흰색 털의 토끼는 색소결핍증 토끼이거나 20세기 전반에 수입된 외래종이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들의 눈에는 흰색 토끼가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지 홍만선(1643~1715)의 ‘산림경제’를 보면 토끼는 천년을 사는데 500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했다. 흰토끼에 장수의 의미를 둔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 회화인 ‘화조영모도’에 등장하는 토끼가 흰색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흰토끼에 장수 의미를 부여한 조상들의 상상력이 놀랍다.
토끼는 꾀 많고 지혜로운 동물로 인식돼왔다. 여러 설화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해 기지를 발휘하는 영민한 동물로 묘사했으며 판소리 ‘수궁가’와 한글소설 ‘별주부전’에서는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지혜로운 서민의 대변자로 나온다. 실제로 토끼의 지능은 50으로 호랑이 45, 거북이 20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또 토끼는 굴을 파고 그 속에서 사는데 굴을 한 개가 아닌 세 개 이상을 파는 습성이 있다. 아마도 이런 습성은 먹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 위치한 토끼의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토끼를 꾀 많은 동물이라는 대표적인 상징성을 부여해왔다.
이제는 꾀 많은 토끼에서 현대에 와서는 귀엽고 변화무쌍한 이미지로 전 연령층에서 호감을 사며 인기를 끌고 있는 토끼. 예로부터 전해져 온 토끼의 지혜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는 여러 설화를 통해 우리 정서와 문화 속에 의미 있는 동물로 인지되어 자리매김해 온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장수와 지혜, 부부애, 화목한 가정을 상징하는 토끼. 2023년 계묘년에는 토끼가 깡충깡충 뛰는 것처럼 온 가정에 행복이 상승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은희 안산시행복예절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