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동 꽃우물길 - 하늘이 높아만 간다. 이야기 지도를 들고 추억을 되새기며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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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을 떠나보내고 가을이 무르익는 풍경을 찾아 도심 외곽의 ‘화정동 꽃우물길’을 걸었다.


화정동 버스정류장에 그려있는 꽃우물 마을 이야기지도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꽃우물마을(花井)은 꽃이 피어있는 우물에서 유래한다. 옛날에
는 우물에서 주먹만 한 물방울이 끝없이 샘솟았다는 꽃우물 아래에선 여자들이 빨래를 하고, 그 아래에선 아이들이나 남자들이 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이 우물이 선조들의 생명의 젖줄이었음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을 사람들의 염원이 기념비에 새겨져있다.

 

논두렁의 호박넝쿨이 계단 아래에까지 구르며 호박잎 사이로 호박꽃이 방긋 고개를 내민다. 꽃우물 아래 논에서는 고개숙인 벼들이 바람에 물결치고 멀리서 콤바인이 논에 길을 내며다가왔다 다시 멀어져간다. 햇볕이 따갑다. 손차양으로 농부의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밭에서 고추가 점점이 빨간꽃처럼 매달려 익고 있다. 폐교된 화정초교가 화정영어마을로 변신한 이야기, 전쟁을 겪은 종탑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유서깊은 마을이 고즈넉하다.


낮 12시가 되자 종소리가 온 마을에 퍼진다. 그 소리에 코스모스가 몸을 흔들고 분홍색 들장미 여린 꽃잎이 부스스 일어선다. 잠자리도 화들짝 몸을 일으킨다. 화정교회 옆으로 굴다리를 지나면 너비울마을이 나온다. 단종 복위를 꿈꾸던 김충주(金忠柱가) 숯을 구워 연명하던 곳 고송정지(枯松亭址), 그가 영월 쪽을 바라보며 단종과 할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로 일생을 보낸 충효를 기념하는 오정각(五旌閣), 500년 된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와 향나무가 마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강복석 할머니와 함께 80평생을 함께한 집에 활짝 열린 대문이 반갑다. 마을회관이 생기기 전 마을 주민들을 품어 안았던 반들거리는 마루에는 온기가 스며 있겠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길,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 앉아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생각한다.

 


하루 또 하루…
하늘이 높아만 간다.

신선영 명예기자 _ woghkah@hanmail.net    사진 김진형 명예기자 _ econoj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