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동 미니수목원'에서 가을나들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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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옆 미니수목원(상록구 부곡동 711번지)을 찾았다. 성호공원 산책로와 잇닿아 있는 미니수목원은 부곡동 양묘장 공간을 개방해 만든 녹지공간이다. 미니수목원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다. 도로가에서 대여섯 걸음 들어왔을 뿐인데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비밀스런 정적이 감도는 곳에서 구름이 흐르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분홍 꽃송이가 소담스런 배롱나무 가지에 손을 대니 꽃들이 간지럼을 타며 하롱하롱 떨어진다. 한여름 더위에도 피고지기를 거듭하며 백일 동안 꽃을 피워냈을 백일홍은 서양 풀꽃에 밀려지금은 목백일홍이라 불린다지…. 파란 하늘에서 꽃잎이 선녀의 날개옷처럼 하늘거린다. 떨어지는 꽃잎을 따라가던 눈길이 화단 아래에서 멎는다. 둥근소나무를 배경으로 주황색 꽃무릇 네댓 송이가 병정처럼 나란히 서서 방문객을 맞는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꽃길은 버진 로드의 꽃장식을 닮았다.


그 길이 멋쩍어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아들과 함께 산책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눈앞에서 사라진 아이를 찾는 눈빛이 황망해 나도 걸음을 멈춘다. 미로정원의 편백나무 뒤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려 입막음을 하고 서 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내 눈을 비껴간 아이는 아버지의 놀란 얼굴에 ‘까르르’ 웃으며 몸을 드러낸다. 아이의 웃음소리에는 행복이 넘친다.


연못가를 에두르는 맷돌 박힌 길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듯 허둥대다 초록 잔디에 발을 빠뜨렸다. ‘첨벙’ 소리에 고개를 드니 연못의 수련 잎이 수런거린다. 꼬마가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아이의 얼굴엔 장난기가 그득하다. 아이 뒤쪽으로 연못 주변에서 수크령이 강아지 꼬리처럼 예쁜 이삭을 흔들어댄다. 큰 나무 아래에서, 이야기정원에 우뚝 선 아치형 퍼걸러에서, 연못의 다리 위에서 꽃무늬 양산을 쓴 어르신이 멈추어 설 때, 소슬바람이 분다. 바람에 실려 가을이 내게로 왔다.


신선영 명예기자 _ woghka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