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하기 좋은 숲 ; 성태산에서 시작되는 안산옛길

좁은 오솔길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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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그저 좋은 사람들과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분홍 진달래가 산 여기저기 피고, 연둣빛 이파리가 고개를 내미는 봄날, 하루쯤 한적한 숲길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편한 운동화를 신고, 배낭에 물과 간식을 챙겨서 시멘트 길이 아닌 흙길을 하염없이 걸어보는 그런 여행 말이다.
비행기 타고 제주 올레길까지 갈 필요 없다.
안산에도 마을과 마을을 잇고, 산과 산을 이어주는 정취 있는 옛길이 있다.
한적한 토요일, 일동 청룡사 뒤쪽에 있는 성태산 능선을 따라 부곡동으로 이어지는 안산옛길을 걸었다.
좁은 오솔길을 고요히 걷다 보니 어쩐지 편안하게 속 깊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50m의 높이의 성태산은 처음에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다보면 금세 정상에 닿게 되는 작은 산이다.
하지만 이 작은 산은 안산에서 삼국시대 유적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성태산성의 흔적이 발견된 곳이다.
2000년에 지표조사가 된 후 발굴되지 않아, 지금도 정상 근처에서는 기와조각과 토기 조각, 무너진 성벽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다.
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성태산성의 무너진 돌무더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영화 ‘화양연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완이 오래된 사원의 구멍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봉인했던 것처럼,
그 돌무더기 속이라면 오래 간직한 비밀 하나쯤 숨겨놔도 좋을 듯싶었다.
꼭 정상을 가기위해 산을 오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태산 능선을 따라 너구리산 쪽으로 향하는 길은 흙길을 걷는 기쁨을 알게 해주는 코스다.
산길을 걷다보면 여러 갈래의 길을 만나게 되는데,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과 이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헤매는 일마저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
성태산에서 시작하는 길은 너구리산과 수암봉, 군포의 수리산까지 연결된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종일 산 속을 헤맬 수 있는 코스도 짤 수 있다.
물과 간식 정도만 들고 간단하게 성태산에 올랐다면 약수터까지 걸어와 부곡동으로 하산하는 트래킹 코스도 추천할만하다.
중간에 제일CC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나무데크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기도 하고, 운동기구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오랫동안 산속을 걷다보면,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속도와 감각들이 있다.
새소리, 발끝의 감촉, 꽃과 잎의 미세한 빛깔 등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귀 기울여 듣고 자세히 보게 된다.
이번 주말에는 좁은 오솔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감정에 귀 기울여 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그러다 문득 길에서 토기조각을 발견하듯 속에 담아둔 오래된 이야기들을 듣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