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100주년 맞는 천년고도 안산 옛 지명 활용하고 일제 잔재 청산해야

특별기고


제463호(2019.2.27.)

본문

추연호 안산시의회의원

 

안산현(安山縣)은 본래 고구려의 장항구현(獐項口縣)으로 신라 경덕왕이장구군(獐口郡)​으, 고려초에 안산군(安山郡) 으로 고쳤다. 그 지명의 역사가 천 년이 넘는다. 충렬왕 34(1308), 고려시대 11대 왕인 문종(文宗, 1019~1083)이 안 산에서 태어났다. 문종은 고려시대 가장 찬란한 문화의 황금 기를 이룩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27명의 왕 중 세종대왕과 더불어 가장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22대 왕 정조 (正祖, 1752~1800)살기에는 안산이 최고(生居最設安山好)’라며 안산이라는 지역을 극찬하기도 했다.

 

편안한() ‘(), 말 그대로 편안한 마을인 안산에는 예부터 사용되던 아름 다운 지명들이 많았다. 남향 양지 바른 곳에 위치해 양지마을[陽谷]’ 이라 불렸던 원상 리(元上里)에는 아직도 양지마을 이라는 표지석이 있으며, 풍수로 보아 마을 뒤에 있는 안산(安山)이 범[]이 동쪽을 곧게 내려 다 보는 형상이라 하여 범직(凡直)로 불렸던 원하리(元下里), 모낼 때만 되면 비가 와 연년세세 풍년이 든다하여 시꿀[時雨里]’ 등 이 름만큼 의미도 뛰어났던 옛 지명들이 자자손손 이어지며 사용됐다. 특히, 양지마을은 동 쪽으로 중소기업연수원 앞 사거리, 서쪽으로 원곡동 행정복지센터, 남쪽으로 기간산업 도로, 북쪽으로 라성호텔에 이를 정도로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이름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우리의 얼이 서려있는 옛 지명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왜곡되기 시작했다. 특히, 일제는 고려 문종태생지(胎生地)인 안산의 얼을 말살시키기 위해 당시 9개면()으로 구성돼 있던 행정구역을 3개씩 쪼개 해체시키며, 이후 70년 이 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행을 저질렀다.

 

일제가 저지른 우리지명 말살정책의 예는 많다. 고깔봉에서 마을에 이르는 산세가 완 만하고 넓은 골짜기라 하여 노리울(障谷)이라 불렀으며, 노루장()자를 음차해 장상동 (障上洞)이라 불리던 곳을 문장 장 ()자로 바꿔 장상동(章上洞)이라 했다. , 노적가리 를 쌓은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노적봉은 일제강점기 때 뜻이 분명하지 않은 가사미 산(可使美山)으로 불렀다.

 

안산의 진산(鎭山)인 수암봉은 바위 모습이 흡사한 독수리를 닮아 취암(鷲岩) 즉 독수 리바위라 불렸지만 일제강점기에 수암봉(秀岩奉)으로 개칭되었다. , 풍도는 고려부터 조선말까지 단풍나무 풍()자를 써서 풍도(楓島)로 표기했었으나 풍년 풍()자로 바뀌 어 오용됐다.

 

이에 안산시는 잘못된 지명을 바로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들을 전개했고, 그 결과 장상 동(獐上洞)과 노적봉이라는 이름을 어렵게 되찾을 수 있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수암봉처럼 여전히 잘못 표기 되고 있는 지명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 행정과 노 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행정동으로 사용되고 있는 몇몇 동들의 이름도 정확히 정확 한 고증을 거쳐 다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역명(驛名)이나 광장의 이름도 재검토 가 필요하다. 지난해 개통된 서해안선의 원곡역은 애초 원주민들이 시우역(時雨驛)으로 요청했지만 뜬금없이 원곡역으로 바뀌어 기존의 안산역과 헷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 안산역이 옛 수인선 시절에는 원곡역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완공 예정인 수인선의 사리역 또한 마찬가지다. 안산의 신도시 개발이전에 전국 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던 사리포구의 위치는 새로 개통될 사리역과는 매우 큰 차 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신선한 횟감과 낭만적인 포구를 보기 위해 사리포구를 찾던 이들이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사리역을 찾을 경우, 당시의 기억조차 떠올릴 수 없는 공간에서 느낄 당 혹감이 걱정된다. 실제, ‘신길온천역에 가면 온천을 즐길 수 있겠지하는 기대로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안산의 중심에 있는 안산문화광장호수공원이라는 이름도 다시 한 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안산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고 있는 토착민과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한데 섞 여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로, 우리의 옛 지명을 적극 알리고 활용하는 것은 정주의식과 애향심을 고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잘못된 지명으로 인한 혼란도 막을 수 있다. 안산의 땅 이름을 정리해 책을 발간하는 등 향토사를 연구하고 있는 안산문화원 등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거쳐 시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행정동 이름이나 역명을 정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옛 사리포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