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자부심 시리즈(1) - 청문당

조선시대, 안산에는 책이 넘치도록 많았다


제457호(2018.8.22.)

본문


 

안산은 책과 학문의 도시였으며, 문인들의 교류 공간이자 실학의 산실이기도 했다. 특히 민간 도서관이라 불릴 수 있을 만큼 1만 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했던 청문당(현 상록구 부곡동 소재,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94호)이 대표적이며,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경성당도 상당한 장서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 고증이라는 측면에서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전국 4대 장서각 중 2곳이 안산에 있었다.”는 학설이 오랫동안 전파되기도 했다. 안산의 청문당과 경성당 그리고 충북 진천의 완위각과 월사 이정귀의 고택(현 서울 명륜동 소재)이 조선시대 4대 장서각으로 꼽혔었다.

 

전국 각지의 문인과 묵객들이 모여들던 청문당

청문당은 상록구 부곡동 가마골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수인산업도로 인천 방면과 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약 1km 정도 안쪽에 있다. 마을 뒤쪽에는 수리산의 지맥인 낮은 야산이 둘러싸고 있으며, 마을 앞으로는 오천(午川)이 흐른다.

진주 유씨의 세거지인 이곳에 청문당이 지어진 배경에는 조선 선조의 딸인 정정옹주가 있다. 정정옹주는 유적(柳頔)과 혼인하기로 약속했었으나 시아버지 유시행이 세상을 떠나자 혼인을 미루고 삼년상을 치렀다. 애초 유시행은 선산인 충북 괴산에 묻힐 계획이었으나 ‘서울에서 너무 멀고 왕가의 장지는 100리(40km)를 넘을 수 없다’는 법도에 따라 적당한 곳을 찾던 중 ‘살기 좋은’ 안산을 선택했다. 이후 정정옹주가 14세 때, 이번에는 아버지인 선조가 승하해 다시 삼년상을 치러야 했고 이후 17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혼인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 진주 유씨는 임금으로부터 받은 넓은 토지와 바닷가의 어업·염전권 등을 기반으로 안산에 세거하며 많은 인물들을 배출, 조선 후기 기호남인(畿湖南人)의 3대 가문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됐다. 특히 유적은 임금의 사위(부마)가 되었고, 조카인 유명견, 유명천, 유명현 등 3형제는 참판 또는 판서에 오르기도 했다. 조선 후기 청문당은 남인 문사들의 교류 장소였으며 나아가 실학의 산실이 되었다. 특히 1만 권의 책이 저장된 만권루가 중심이었다. 특히 강세황의 처남인 유경종은 청문당을 중심으로 ‘오천시사(午川時社)’를 결성했으며, 이곳에는 전국 각지로부터 문인과 문객들이 모여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부곡동 모임 ‘오천시사’에 대해서는 안정복, 채제공, 강세황의 시(詩)를 비롯하여 여러 편의 기(記, 기록)·서(序, 서문)·발(跋, 발문)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청문당은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주거 및 정원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공간 구성은 물론 건축기법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건축문화재이다.

 

시, 체험프로그램‘ 청문당에서 조선시대를 바라보다’ 운영

시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청문당 북콘서트 ‘현대인, 책과 음악에게 묻다’ △초등학생 대상 ‘화공(畫工)이 되어 만나는 강세황’ △자유학기제 연계 ‘만권루 스토리텔링 진로탐험’ △대학생 1박2일 ‘헬로, 청문당!’ △생생문화재 기획전시 ‘청문당 그리고 시·서·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유명천·유명현 형제가 공부하던 곳, 경성당

경성당 또한 현재 부곡동에 위치해 있다. 경성당의 전면 안산 끝자락에 청문당이 위치하고 있으므로 원래는 종가인 청문당과 같은 영역에 있었으나 영동고속도로로 인해 지리적으로 단절됐다. 경성당은 19세기 중반에 진주 유씨 21세손인 유신(柳賮)의 아들 유중서가 둘째 아들 유방이 살림을 날 때 지어 준 집이라고 하며, 원래 서울 남산에 있던 서실의 당호로 진주 유씨 18세손 유명천·유명현 형제가 공부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유원성이 이름을 빌려와 이 가옥 사랑채의 당호로 썼다고 한다. 참고로 유명천은 공조판서·예조판서·홍문관제학 등을 역임했으며, 유명현은 형조판서·이조판서·전라도관찰사 등의 경력이 있다. 경성당은 청문당에서 분가한 진주 유씨의 작은 종갓집으로 청문당과 함께 안산지역 사대부가의 주거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건축문화재이다.

 

• 사진출처 : 안산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