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도시 안산 ⑤ 미술관 열고 관객과 소통하는 안산의 대표화가 ‘정문규’

죽음의 고비 넘어서 생의 찬미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


제456호(2018.7.25.)

본문


 

안산을 대표하는 현대화가 그세 번째 주인공은 정문규 화백이다. 1934년 경상남도 진주 출신인 정문규 화백은 1990년부터 안산에 정착해 작품활동 중이다. 2009년 안산시 대부도 선감동에 ‘정문규 미술관’을 개관한 후 매년 정기 전시회와 매달 음악회를 개최하며 관객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는 미술가.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정문규 화백. 그의 삶 발자취를 따라 작품세계를 들여다봤다.​

 

 


 

그림 잘 그리던 학동, 교사를 거쳐 화가가 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쟁을 피해 시골로 이사를 갔지. 학교에서 어느 날 일본하고 미국하고 전쟁하는 그림을 그려오래서 어린 나이에 일본이 하와이에 가서 폭격하는 장면을 그려갔는 데 일본인 교장이 깜짝 놀랐나 봐. 전교생을 모아놓고 이 학생은 훌륭한 화가가 될 거라고 칭찬을 하는 바람

에 온 동네 소문이 다 났지. 화가가 된다는 건 꿈도 못 꿀 시기였는데 그 사건 덕분에 부모님이 화가가 되는 걸 반은 승낙한 셈이 됐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일본인 교장의 한 마디는 그의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됐다. 진주 사범대학에 입학해 교사로 평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화가가 되고 싶은 열망을 꺽을 수 없어 홍익대학교 회화과로 진학해 미술공부를 이어갔다.

초기 정문규 화백은 한국의 자생적인 추상 미술에 몰두했다. 황토색, 갈색, 흰색 등 한국의 민족적 색채로 흙을 형상화하는 색채와 독자적인 질감을 표현하려 했다. 당시 미술계의 흐름인 반 아카데미 반 앵포르맬 정신이 그의 초기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조선 백자의 소박미 누드로 표현

정 화백의 그림 세계는 1968년부터 2년간 일본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벽화연구실에 유학 한 후 새롭게 변화했다. “고대나 중세에 걸친 벽화에서 휴머니즘을 느낀 후 절제된 색채와 면도칼을 이용한 스크래치 법을 사용해 개성적인 화면질(마티에르)을 추구했다. 누드를 그린 EVE 시리즈는 색채는 빼고 조선 백자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이었다”

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20년간 지속된 그의 그림 세계는 1992년 위암 선고와 투병을 딛고 난 후 다시 한 번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위암 3기 진단한 의사는 수술을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의사를 설득해 수술을 받고 오랜 투병생활 끝에 결국 건강을 되찾았다. 정말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났으니까 살아난 거에 대한 감회가 깊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때부터 그린 그림은 작품 사이즈가 커지고 다양한 색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생의 즐거움 기쁨을 전달하고 싶었다”

정 화백이 투병 생활을 위해 선택한 도시가 안산이었다. 바쁜 도심보다 한적한 동네가 좋아 안산으로 이사 고잔신도시 대림아파트에 거주하다 2006년 선감도에 ‘정문규 미술관’을 지어 이사했다.​

 


 

미술가는 아름다움을 알리는 예술선교사

해수탕 건물을 인수해 미술관으로 꾸민 ‘정문규 미술관’은정 화백의 작품활동과 휴식,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1층엔 음악을 좋아하는 그와 아내(이영선 여사)를 위해 클래식​​카페 아르페지오가 만들어졌고 2층엔 기획전이 열리는 제1전시관을 만들었다. 3층은 정 화백의 개인작품을 전시한 제 2전시관과 화백의 작업실로 꾸몄다. 정 화백 부부는 4층에 살고 있다.

정문규 미술관은 개관 후 1년에 2회 이상 기획전을 개최하고 매달 음악회를 열어 벌써 100회를 훌쩍 넘어섰다. 후배 작가들이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관객과 소통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만드는 일. 조금은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을 그가 꾸준히 진행하는 이유는 뭘까?

“선교사가 종교를 알리듯이 예술가는 예술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인지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얼마 전 한국 현대화가 1세대인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85억에 경매됐다. 왜 그 작품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알게 된다면 우리의 미술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관객과 호흡하며 소통하는 화가,

음악회 기획전시회 열어

예술의 아름다움, 예술이 전하는 행복의 크기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정 화백. 그는 올 여름에도 기획전과 음악회를 준비 중이다. 오는 9월에는 진짜보다 더 똑 같은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시가 준비 중이며 7월 28일과 8월 11일에는 음악회가 열린다. 7월 28일은 소프라노 조혜진과 작곡가 강한뫼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옛가곡과 신작가곡들’이 무대에 오르며 8월 11일은 베를릴필하모닉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경민씨가 정문규 미술관을 찾아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만난다.요즘에도 이른 새벽이면 아뜰리에 내려와 다섯 시간 이상

작품을 그린다는 정 화백. 올 여름 정문규 미술관을 찾아 안산의 대표 화가와 소통하고 예술로 교감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